2010년 12월 29일 수요일

다미향담(15) 죽로재에서 만난 노반장

부산 중앙동에서 일을 마치고 부산역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탔다. 중부경찰서를 지나면서 왼쪽 도로변에 보이는 ‘죽로재보이차’ 간판을 보았다.

혹시 저기가 “보이차의 매혹”을 저술한 신정현 씨가 운영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부산역에 도착한 택시를 되돌려서 그 쪽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어머니로 보이는 분께 “이곳이 보이차의 매혹을 저술한 저자의 집”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당신의 딸인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곧 올 것이라 하시면서 잠시 담소하는 사이에 따님인 신정현 씨가 들어왔다.

서로의 공통점이 있다면, 출판사 이른 아침에서 필자의 “자사호 이야기”와 일주일 차이를 두고 함께 출간하였다는 점에서 책 이름으로 통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서먹한 자리는 아니었음은 차를 주제로 공통적인 연구분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2010년 죽로재에서 생산한 노반장 엽저]          필자는 시간이 없어서 여기를 방문한 과정과 목적 을 이야기하고 보이 생차의 사진 작업을 위해서 필요한 이야기를 먼저 하였다. 흔쾌히 받아주었으며, 차를 대접하겠다며 내는 차는 2010년에 본인이 직접 작업한 노반장이었다. 생차에 있어서 노반장은 인기있는 차이며 차를 논하면서 노반장은 빠질 수 없는 것 같았다.

필자도 자주 마시는 차이면서도 노반장이라고 하면 더욱 비교되는 차 맛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 차는 또 다른 맛이다. 차를 많이 넣지 않았는데도 맛이 상당히 풍부하였다. 참으로 깨끗한 맛이다. 순하면서도 오감을 느낄 수 있는 맛이 풍미를 가졌다. 차의 좋은 맛을 이야기하니 주인은 노반장을 만들면서 3년만에 맛있게 우려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노반장은 다른 차와 달리 1창 2기로 채엽하기 때문에 물 온도를 조금 낮추어(김을 한 번 빼고) 사용하면 차 본연의 맛을 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잘 만든 노반장에 너무 뜨거운 물로 우리면 쓴 맛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몇 차례의 차를 우려내어도 풍부한 맛에서 깔끔함까지 더해지니 차의 오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3년만에 알게 되었다는 주인은 단순한 3년이 아니라 차가 생산되는 시기에 직접 운남을 찾아가서 만들어 오는 그의 또 다른 경험속에서 단순함의 진리를 터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2010년 이무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연하게 마실 것인지, 진하게 만실 것인지를 물었다. 그런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이다. 저는 차꾼입니다. 진하게 한 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세사람이 마시는 량으로 7g을 저울에 달았다.

옹기에 담긴 물을 탕관에 부어 끓이는 방식으로 찻물을 다루는 주인, 필자에겐 차가 인이 박혔을런지는 몰라도 정확하게 시음해 보는 차는 항상 강하게 마시고 싶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은 강하지만 무겁지 않는 맛이 시원한 맛까지 섞여있다.

몇 잔을 마시면서 아름다운 차도구 3권에서 특집<보이생차>에 관한사진원고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2006년에 생산된 이무지역 차를 마시게 되었다.개완에 담기는 차의 외형을 보며 뜨거운 물에 담기는 모습에서 4년의 세월이 보였다. 처음 마시는 차에서 묵은 맛이 시원하게 다가오는 것은 잘 만들어진 차의 공통점 하나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예고없이 방문하여 짧은 시간에 3가지 차를 시음미하고 나왔다.

죽로재는 대부분이 운남 보이 생차를 위주로 판매하는 곳임을 진열된 전시품을 보면서 알 수 있다. 1창 2기로 채엽하여 만든 노반장을 마실 때 김을 한 번 빼고 80도 정도에서 우려내는 맛은 분명 달랐다. 이무차는 근년에 만든 것과 2006년에 생산된 것과의 차이는 세월만큼 발효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발효되지 않는다는 여러 정황들을 발견하면서도 오늘 같이 건강한 맛을 느끼게 되면 또 한번 생차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댓글 6개:

  1. 노반장이 그렇게 넓은 지역이 아니라는것은 현지 가본 사람은 다 알텐데 글을 읽어 보니 노 반장차를 여러곳에서 다양하게 맛 보신것 같은데 한결같이 맛이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렇듯 신차는 가짜다 진짜다 언급하지 않으면서 노보이차 맛의 편차를 두고는 가짜다 진짜다 언급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답글삭제
  2. 또 하나의 좋은 인연을 만나셨군요!

    역시 가끔은 어떤 차이냐 보다 누가 차를 우렸느냐가 중요할때가 있는듯 합니다. ^^

    답글삭제
  3. @김현지 - 2011/01/04 00:30
    차의 세계를 오랜기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차(茶)보다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답글삭제
  4. @초정 - 2011/01/03 22:28
    진년 보이차가 최근에 들어 가격이 너무 상승하였기에 사람을 미혹시키는 운미(韻味)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차 시장이 지금보다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진위여부가 논쟁의 중심이될 시기가 옵니다. 지금은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라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답글삭제
  5. @초정 - 2011/01/03 22:28
    초정님,, 안녕하세요... 제가 그날 박홍관 선생님께 차를 우려드렸던 신정현이라고 합니다. 어제 덧글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박홍관 선생님께서 제가 우려드린 차 맛을 보시고 <이제껏 마신 노반장 차와 다른 맛이다>고 느끼신 것은 제가 우리는 방법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어 덧글을 답니다.

    원래 제가 만든 노반장 차를 직접 마셔보아도 쓰고 떫은 맛이 있었는데, (그것이 노반장 차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물의 온도를 내리니 쓰고 떫은 맛이 줄어들고 단맛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차의 인상이 무척 달라졌는데요... 그 이유는 아마도,,,, 뜨거운 물에서 잘 우러나는 카페인이 물 온도가 내려가는 바람에 덜 침출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카페인은 차의 쓴맛을 더해주는 물질인데 그 카페인이 덜 우러나니 차 맛에서 쓴맛이 줄어들었다고 생각됩니다....

    답글삭제
  6. 정현선생님께서 쓰신책 잘 읽었습니다. 이만한 자료를 수집하려면 발품을 많이 팔았겠다는 기대감으로 처음부터 긑까지 책을 보았네요. 덕분에 보이차의 지식을 넓히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보이 햇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많이 도움될것 같아 주위 사람에게도 책 많이 권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린 댓글 다시 읽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점 사과 드립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가져오신 노반장차에 대한 언급이 아니고 한국에 들어온 전체 노반장차를 두고 좁은 식견 피력한것 입니다. 아울러 현재 보이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너무 팽배해져 내 보이차가 아니면 남의 보이차는 무조건 깎아내리는 풍토가 지나친듯하여 한 마디 언급한것 뿐이였으나 하필이면 선생님을 소개하는코너에 댓글을 달아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쳤네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