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 집의 다기나 홍차가 보관된 것을 보면 즐기면서 사용하는 것인가 아니면 장식용으로만 되어 있는가 정도는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난 내 눈을 믿는다.
홍차에 대한 기본 지식이 풍부하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상에서 즐기는 분들이 아니고 책으로 공부하거나 ‘그렇다고 하더라’라는 ‘하더라 지식’에 더 비중을 많이 두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이런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들도 많을 줄 알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차를 좋아하고 연구하는 분들 가운데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중국 홍차(기문홍차, 운남전홍, 정산소종 등)를 즐기는 사람들로서 잎을 파쇄하지 않은 차만을 마시고 즐기는 분들이다. 중국산 홍차를 즐기는 분들의 공통점은 홍차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는 별로 없다. 하지만 시간과 여건이 되면 중국홍차 생산지를 방문하거나 그 지역의 차를 현지인의 도움이나 지인들로부터 정확한 차를 구해서 마신다. 어디에서 만든 것인가 하는 회사 이름은 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해의 농사가 잘 된 것인가 아닌가를 따진다.
두 번째는 파쇄형이면서 브랜딩한 차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로 대부분을 홍차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분들로 굳이, 홍차를 말하면서 찻잎의 등급에 따라 분류한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마시는 차가 어느 정도의 구분된 분류인지를 잘 모르고 마신다. 이런 분들은 차 제조 회사의 지명도에 많은 비중을 두거나 개인적인 기호에 따른 선택을 한다. 다양한 과일향이 브랜딩 된 것을 마시면서 홍차는 원래 이런 맛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농사가 잘못되었다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햇차를 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부류는 차꾼이라고 한다. 집에 차를 다 마시고 없으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유명한 유럽 홍차에 대한 흥미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자신에게 차가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굳이 유럽홍차를 찾아 나서는 일을 잘 볼 수 없다.
세 번째는 유명 브랜드에서 생산한 파쇄되지 않은 찻잎으로 된 홍차 가운데 가장 질이 뛰어나다고 하는 차로서, 이른 시기에 채취한 여린 찻잎으로 만든 플라워리 오렌지 페코 F.O.P(Flowery Orange Pekoel)같은 어린 싹이 많을수록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도 비싼 것과, 차의 품질이 아주 특별히 좋은 등급이라고 하는 차는 골든 플라워리 오렌지 페코 G.F.O.P(Golden Flowery Orange Pekoe)라 하여 가지 끝의 황금색 어린잎을 골든팁(Golden Tip)이라 하여 붙여진 것이 있다. 이런 차들을 잘 알고 즐기는 분들은 보편적으로 해외에서 유럽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활속에서 홍차를 즐겨 마셔 온 경우와 처음 차를 접할 때 유렵의 고급 홍차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면서 조용히 즐기는 부류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홍차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렇게 마시는 것이 생활이기에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홍차에 대한 기본적이며 정확한 지식 전달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막연히 홍차는 유럽의 귀족들이 마셔왔던 차라고 생각하거나, 홍차는 우아하게 마시는 것이다는 선입관이 많이 좌우하는 편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녹차도 마찬가지 일 수 있으나 홍차라고 하면 뭔가 세련되어 보이는데 결코 세련된 입맛을 길들이지 못한 상태이기에 한국에서 홍차가 자리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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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 글에 이견이 있어서 아래 글을 덧붙입니다.[2009년 4월 16일]
위의 글은 저의 생각이 편중된 시각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홍차를 상당히 과학적인 설비를 이용하여 제품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을 인정하고, 힐튼호텔이나 조선호텔에서 마셔본 홍차의 특별한 맛을 존중합니다. 다만,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홍차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정산소종, 기문홍차, 운남전홍, 의흥홍차 등의 지역 차 생산지와 생산 공정 하나하나를 여러 차례 방문하여 기록하면서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된 것 같습니다.
홍차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유럽에서 완성된 차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유럽의 홍차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유럽과 같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중국의 홍차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저의 글에서 심오한 유럽의 홍차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데서 나온 편견이 있다면 이해를 바랍니다.
다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중국의 수준 높은 홍차 또한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입니다.
석우.

중국에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차전문점을 상상하는 것 과는 다르게 멋있어 보입니다. 저울로 달아서 마실수 있다는 것도 특이하구요, 홍차는 유럽풍으로 마시는 줄 알았는데 중국 홍차도 있네요... 많이 배우고갑니다
답글삭제저도 그 날 운남전홍을 마실 때 저울을 내는 것을 보고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근데 공통적인 부분을 찾는다면 제가 조주에 갔을 때, 그 주인도 봉황단총 차 시음을 하면서 저울을 내어 품평도구로 사용했답니다. 일명원 주인도 곤명에서 보이차를 전공하는 학생이고 조주의 상인도 절강대학교 차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라서 학문적으로 접근한 분들이 그렇게 하는가 봅니다. 아마 중요한 차 일때만 그렇게 하겟지요.
답글삭제오늘 중국 곤명에서 한국인 자매가 운영하는 중국차 전문점 일명원의 주인을 만나고 오신 오명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자매의 집에 찾아갔는데 이제 일명원 운영을 접었다고 합니다. 장사는 잘되었지만, 이번 학기부터는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답니다. 중국에서 장사를 해본 사람들 가운데 성공한 사례의 한 표본입니다. 공부하면서 현실 감각에 맞는 차장사를 하면서 세상을 배웠을 겁니다. 훗날 차계에서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답글삭제나의 생각으로는 최근 중국차 붐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에서 볼 때 홍차의 신선함이 앞으로 더 많은 차인들로 부터 호응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여자들은 화려하고 우아한 홍차 문화의 분위기를 선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답글삭제다양한 향기의 차(가향차)와 찻잔의 아름다움과 은제품 역시 화려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차 붐과 홍차와는 별개라고 봅니다. 대중이 이끌어가는 차문화와 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즐기는 주류에서 홍차가 자리잡지 못한다는 것이죠, 차를 즐기는 방향도 많이 다르다고 봅니다. 무엇이 옳은 방식이다고 할 수 없지만 홍차가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추구보다는 즐기는 층이 많아야 됩니다. 어떻게 즐기는 것인가 그들의 몫이죠. 일본의 유명한 제과점을 가보면 홍차와 곁들여서 먹고 마시는 분위기가 되어 있는 것을 많이 봅니다. 우리나라는 유명한 제과점일 수록 커피와 함께 하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시사하는바가 있습니다.
답글삭제홍차를 만들때 잎차형은 주로 중국종으로, 파쇄형은 아샘종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키멜리아 시넨시스 (바 )시넨시스 종은 같은 시기 또는 같은 첫물차라하더라도 성분상 아미노산, 무기질 , 폴리페놀의 종류가 다양하고 구성비율 또한 아샘종과 다릅니다. 카멜리아 시넨시스 바 아샘종은 아미노산, 유기산등 함유가 현저히 떨어지고 대신 폴리페놀성분은 대체로 높으나 갈레이트 기가 많은 카테킨종류가 훨씬 높은 비율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쓰고 떫은 맛이 강하고 맛이나 향기면에서 좀 어딘지 단순합니다. 그래서 산화를 빨리 많이 시키기 위해 파쇄하고 미숙성된점을 보완하기위해 향기나 맛을 가미하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지요. 일종의 과학적인 속성 효과방법이지요. 그렇지만 아주 어린잎이나 중국종은 이런 방법으로는 좋은 효과를 내기어렵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천천히 발효시키고 숙성시키면 아주 좋은 자연본래의 향이 발현되는 매력적인 차가 되지요. 서양에서 실제로 중국홍차는 블랜딩 용으로 많이 사들여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도 다즐링이나 고산지대에서도 중국종으로 오소독스 플라워리 형태의 차를 만들고 있지요. 물론 이러한 차는 명품으로 그 가치를 놀라운 가격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돈많고 우아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많은 댓가를 지불하라는 거죠. 다기도 고급스럽지만 터무니 없이 비싸구요.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사람은 사고 일반인은 아예 생각지도 않고... 서양인의 사고방식이 잘 나타납니다. 그런데 중국홍차는 싸고 질은 좋으니 ㅎㅎ 당연히 중국홍차를, 그리고 성향이 비슷한 우리나라의 잘 만들어진 홍차를 당연히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진정 겉 멋이 아닌, 고급다기를 사다 모셔놓고 자랑만 하는것이 아니라 차를 알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답글삭제저의 글에서 심오한 유럽의 홍차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데서 나온 편견이 있다면 이해를 바랍니다.
답글삭제중국의 수준 높은 홍차 또한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입니다. 오늘 또 다른 글을 조금 추가하였습니다.
'차'라고 할 때, 물론 '홍차'라고 할때도 - 차나무, 찻잎, 상품화 된 차 기타 몇가지 더 정의를 줄거라 생각합니다. 각 범주의 정의를 정하면 더 쉬운 생각으로 갈 것 같습니다. 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어제 대구에서 특강을 마치고 중국 청차를 소재로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분의 댁에서 네 사람이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올린 이글을 가지고 잠시 대화를 하였는데, 집 주인은 잘 만들어진 정산소종, 운남전홍 같은 차를 즐기는 분은 아무래도 유럽의 브랜딩한 차에서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교육을 위해서 18종의 홍차를 준비해 두고는 있어도 마시는 것에는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는 그는, 특히 최근에는 다즐링 차에서도 경발효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답글삭제차 매니아들은 청차에서도 차에 따른 깊은 맛을 추구하는데 최근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경발효차들이 많이 나와서 옛날 방식으로 만든 청차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루고 차를 구입한다고 합니다. 모든 차를 전용 냉장고에 보관하여 차 맛을 즐길 수 있는 분들과 나누어 마시는 분이 있기에 오늘 같은 날 여러가지 비장의 차들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무이암차에서 수종이 다른 차들의 깊은 맛을 종류별로 구분하여 즐기는 사이에 홍차이야기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답니다. 가격대비 좋은 품질을 찾을 수 있는 차 꾼의 손길은 따로 있었나 봅니다.
차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전공을 살린 연구 결과물이 나오리라 봅니다. 유럽에서 완성된 홍차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거나 이해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차이는 많이 있을 것입니다.
답글삭제유럽홍차가 한국에서 부흥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우리나라 식생활이 좌식문화이므로 유럽같이 입식 위주의 문화에서 어울리는 유럽 홍차가 잘 적응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좌식문화에서는 홍차용 다기를 사용하기에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순수한 차를 더 선호하므로 유럽의 브렌딩된 차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 홍차가 한국에 수입된 시기는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홍차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화려한 홍차 전용다기를 사용하면서 차를 우려내는 방식에 있다. 우리나라 녹차나 중국차 등은 한 번 차를 넣고 4-5회 이상 마시는 반면 홍차는 1-2회 마실 수 있도록 된 점은 찻자리에서 대화의 맥을 끓어지게 하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홍차 전용다기라야 되는 것으로 교육받은 것도 문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 차 사범은 많은데 선생이 없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답글삭제홍차를 즐겨마시는 사람으로 한마디를 남깁니다.
답글삭제아시겠지만 유럽에서는 홍차가 재배생산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유럽홍차라 생각하는 것들은 인도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아니면 아프리카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과 다원마다 개성적인 것들이 생산되면서, 다즐링티는 인도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판매도 합니다. 유럽에서는 블랜딩을 하고 상품화시켜서 팔지만, 생산지에서도 문화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진보적인 다즐링 다원은 중국차의 제조법을 익히고 응용해 더 나은 차를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인도에서 직송으로 사면 최고급 인도차도 그리 비싸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중국홍차도 유럽식으로 우리면 더 맛있습니다. 둥글고 큰 다호를 사용해 찻잎을 먼저 넣고 물을 높이에서 붓는거지요. 다호에 비해 잎은 조금 넣고, 한번만 우려마시면 됩니다.
저는 차라고 하면 우선 차류를 가리지 않고 마시고 있습니다.
답글삭제홍차 매니아라고 생각할 수있는 홍차 애호가는 현재 한국시장에서 굳이 차를 구입하지 않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의 티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직접 해외구매하여 마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이는 날로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저 또한 다즐링은 인도 다즐링의 유명 회사에서 구입하고 있으며 그외 스리랑카 차들도 그렇게 구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차는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 그런분들은 셀수 없이 많습니다. 또한 중국 차 문화와는 다른것이 고급 홍차는 차밭을 가려 구분하여 구매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홍차 애호가들의 평균 나이는 아직 젊은 20-30대가 주를 이루며 형성되어가고있습니다. 이를 볼때 앞으로 10년후 20년 후에도 한국에서의 홍차문화는 점점 깊이 전문적으로 자리 잡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서점 홍차관련 서적이 쏟아져나오는것이 이를 증명하지 않을까요!
홍차는 이미 젊은 세대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홍차가 보급이 안되다는 것보다 한국에서 질 좋은 중국차 보급이 더욱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지금은 홍차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하고싶습니다.
이런 차 문화가 반짝 인기를 끄는 것인지 아닌지는 더욱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