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차의 맛을 논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좋은 차를 많이 마셔본 경험을 통해서 일것이다. 거대한 자연 환경에 순응해서 나오는 찻잎을 보며, 마음으로 인사 나눌 수 있고, 차를 만드는 현장에서 찻잎의 변신을 보며, 차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된다. 보이차는 다른 녹차나 백차, 홍차와 달리 발효가 잘 될 수 있는 환경적 요건을 갖추고 보낸 세월만큼 차는 정직한 [람인산차를 내는 김경우 대표] 맛을 내어준다. 요즘은 흔히 골동보이차라고 하는 차의 유통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재현해 오는 차라고 볼 수 있다. 재현한 차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옛날 차의 특징을 내는 그 차 고유의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로들면, 옛날 보이차 중에서는 유독 홍인을 재현하여 만든 병차, 산차들이 많다.

그런데 재현한 사람들이 과연 홍인을 한번이라도 맛 보고 재현하였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홍인은 고유의 향과 맛이 있다. 홍인 고유의 대표적인 맛이라면 고삽미(쌉쌀한 맛)가 상당히 풍부하다. 고삽미는 세월을 거쳐 잘 익어 장향이 풍부하며 마시고 난 후 혀밑에서 올라오는 맛과 여운들이 보이차의 진미를 느끼기엔 손색이 없는 보이차의 대명사이다. 이런 차를 두 사람이 조용히 맛을 음미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6월14일 오전 11시 30분에 명가원에 도착했다. 휴일 이 시간 쯤에는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늘 만나는 사람이 있다. 나도 휴일마다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휴일에 나가는 날에는 만나게 되는 확률이 많다. 오늘도 그분이 오셨지만, 손님이 계셔서 우리만이 통하는 이야기를 못하게 되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대만에서 들여온 봉황단총 차를 김사장과 둘이서 마셨다. 나도 일어날 시간이 되어 카메라 가방을 챙길 즈음에 김사장이 오늘 맛있는 차, 진하게 한 잔 할까요 한다. 그러면서 ‘남인산차’라는 큰 글씨가 있는 봉투를 꺼내어 차를 다호에 넣었다. ‘람인산차’라고 되어 있지만 나는 이제까지 병차는 보았지만 산차 형태로는 처음이라서 차의 출처를 물었다. 김사장은 원래 이 차가 대만에서 올 때는 황인이라고 들어왔는데 차 맛을 보고 남인 고유의 특징에 더 가깝기 때문에 “람인산차”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차에서는 요즘 만나기 어려운 잘 익은 고삽미가 입안 가득한데, 홍인에서 나는 고삽미와는 분명히 달랐다. 홍인에서 나는 강렬한 맛보다 한 옥타브 낮은 것이 람인의 특징이며 이 차에서 나는 이러한 고삽미도 남인의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람인산차"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과거 2-3년 전만해도 농익은 고삽미가 나는 차를 접하는 기회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만나기 어려운 차였다. 모처럼 차의 이름과는 상관없이 홍인이든, 남인이든 “람인산차”라고 하는 차 맛을 보면서 느낀 점은 아무리 차가 귀하다고 해도 인연에 의해서 만날 수 있고, 외국에서 차 이름이 잘못 만들어져 한국에 들어와도 안목있는 사람에 의해서 바르게 고쳐질 수 있다는 것은 최근 5-6년간 중국차 붐이 생기면서 중국차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고 더 깊은 내용을 다룰 수있는 인프라가 응집되어 나온 차계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차는 공간적 보존 상태에 따라서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는 체험 뿐만이 아니라, 차농의 힘겨운 삶과 따뜻한 세상을 모두 느끼면서 차가 지닌 세월이 안겨 주는 맛, 함께 나누는 맛을 음미하게 된다.
오늘 마신 이 차 보다도 더 좋은 차들이 많이 있지만 우린 항상 “가격대비” 품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것이 이해될 수있는 가격으로 형성되고, 신뢰와 믿음으로 차를 선택한다면, 이 차는 가격 대비로 병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차 맛을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나의 브랜드를 가진 차 맛을 경험하는 과정은 새로운 맛을 즐기는 여행과 같다. ‘람인산차’를 관념적이거나 감성적인 맛이 아닌 고삽미가 풍족한 울림의 맛으로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2000.06.14 15:00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저는 솔직히 홍인이라는 차를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5년전 처음 보이차 전문점에서 추천 받아 마신 차가 숫자 보이차 7542와 8582입니다. 최근에도 숫자 보이차만 구입했습니다. 이제는 값이 많이 올라서 차 구입에 부담을 느끼게 되었는데 지난주 대구의 모 중국차 전문점에서 목책철관음 두등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값이 비싸다고 했지만, 보이차에 비하면 너무 싸다는 느낌을 받아서 바로 구입하고 어제도 오늘도 그 차를 마십니다.
차를 마시면서도 <가격대비품질>이라는 말씀, 제겐 가슴깊이 다가옵니다. 보이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홍인은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상태에서 훌륭한 목책철관음을 마셨고 저는 그 차에 반해버렷습니다. 차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할 점이 많아 졌습니다. <가격대비품질>로 좋은차는 어떤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지만 오늘 말씀하신 내용은 제가 차생활을 하는데 큰 구심점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한국 차문화의 히스토리(History)를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지난 10년간을 보았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이 보입니다.
선생님의 행보가 크게 보입니다...
누구나 마시는 차, 누군가와 마시는 차, 어떤 차를 마시는가, 한국차 중국차 가리지 않고 기록하는 선생님, 이렇게 기록되어지는 일들이 역사입니다.
@겐조 - 2009/06/16 03:44
답글삭제과분한 말씀입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이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제가 지속적으로 자료를 만들지만 훗날 이 자료가 자료로서의 가치로 만들 수 있는 후배들이 생길 때 가치가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보이차 뿐만 아니라 모든 상품은 "가격대비, 품질"이라는 전제하에 그 가치가 평가되는것이 온당합니다.
답글삭제인급차로서 황인산차 ? 람인산차? 또, 홍인 산차? 라는 이름의 차는 공식적으로 제품화되어 생산된적은 없지만 근자에 인급차들의 이름을 가진 산차들이 많이 보이고 있더군요.
원래 병차로 만들어진 보이차가 보관이나 유통과정에서 많이 깨지거나 부셔지거나 혹은 흐트러졌을때 그 차를 온전한 한편의 병차로 판매할수없기에 흐트러진 (해괴된) 차를 모아서 홍인의 경우 홍인산차, 람인의 경우 람인산차, 황인의 경우 황인산차라고 부르는것이 올바른것입니다만.......
산차로 제품화된 차들중 원료잎에서 보관숙성까지 의도적으로 홍인, 람인, 황인의 맛을 쫓아서 생산 , 저장하고 그래서 인급차들의 맛을 어느정도 가진? 그 차들을 이름하여 인급산차들이라고 부른다면 정통 인급차들에 대한 환상이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원료잎이나 제다방법, 무엇보다 대략적이나마 그 생산년도나 보관년도는 밝혀주는것이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될것입니다.
@죽천향실 - 2009/06/16 12:38
답글삭제골동보이차가 귀해지면서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옛날차 맛을 재현해 나오는 차에 이름을 붙히는 것을 신중하게 다루어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사라져가는 인급 차 본래의 맛을 모르는 분은 비교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혼동이 올 것 같습니다.
글도 글이지만 댓글도 깊은맛이 있습니다.
답글삭제잘 보구 갑니다. 사진을 보니 다기부터 구해야 할 듯 합니다. ㅎㅎㅎ
@juanpsh - 2009/06/24 12:21
답글삭제차를 마시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필요한 것입니다. 처음엔 도자기로 된 것, 아니면 유리 제품으로도 가능하고 마시면서 기호에 맞는 도구를 다시 마련하게 됩니다.
초정 선생님 남인산차의 탕색이 그러 하듯이, 얼굴모습에서 서서히 탕색이 또 향이스며들고 있는 듯 합니다,형이상학적인,차의정신과,형이하학적인 물형의.상하가 잘 혼합되여,많은 차인들께 큰 기쁨을 주시길,차(茶)는 동양문화의 중심에 있습니다.문화의꽃입니다.成茶하시길...海亭
답글삭제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중국차 좋다는 것 다 알지만, 한국에서 검증되지 않는 보이차를 마진이 좋다고 보이차 보이차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는 것은 이즈음에는 좀 생각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황인산차"라고 가지고 온 것을 "남인산차"로 바로 수정해서 판매한다는 것이 자랑은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들여오는 거래처를 두고 있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했다가는 그집 차장사 그만두는 상황이죠...!
답글삭제@희선 - 2009/07/02 00:03
답글삭제희선 님은 일본 다도에 깊이 매료되었나 봅니다. 저는 일본다도의 정신세계를 높게 평가를 합니다. 남종사나 대덕사에 가면 그들의 선조 차인들의 대단한 차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일본 다도가 유지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중국은 차의 종주국이긴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 문화혁명을 거치고 현재와 같이 차 산업이 형성된 것도 시장경제가좋아서 급성장하였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가짜라는 개념이 우리와는 좀 다르죠. 보이차의 경우 중국 본토에서 가짜를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중국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골동보이차을 실제로 접해서 많이 마셔볼 수 있는 상황이 못되기 때문에 오랜 세월의 깊은 맛을 잘 모릅니다. 홍인의 깊은 맛이 어떤 것인지 모르죠. 그래서 재현품들은 홍콩이나 대만에서 만들어 나옵니다. 그런 것을 감별하지 못하는 국내외 상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름이 잘 못 붙혀진 것은 바로 잡을 수 있는 상인으로서 안목있는 사람들이 국내에도 지역별로 다 있다는 것을 내면적으로 깔고 말한 것입니다. 홍콩의 큰 상인들은 우리나라 차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은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기호품을 알고 만들어 나옵니다. 그래서 보이차의 진실은 모호합니다.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보이차는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른다고... 그렇기 때문에 장사도 하는 것이구요... 그런 모호함이 싫은 사람은 아예 보이차를 마시지 않고 그런 말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뭐라합니까.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른 차들에 비해서 보이차가 정말 알수록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황인산차라고 대만에서 들여왔던 차를 남인의 특징에 더 가깝다고 남인산차라고 판다는 것을 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의가 내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 대만에서 그 차를 살 때 황인산차인 것을 확인하고 산 것인지요. 아님. 밑에 님이 말씀하신 가격대비품질이기에 사오신 것인지요. 사실 보이차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원료, 가공과정, 저장에 따라서 정말 천차만별로 변화되는 것이라서 더욱 어렵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처음 사실 때,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셨던 그 보이차도 정말 품질이 좋은 차라면 어쩜 저도 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합니다. 다만, 그 차가 어떤 차인지를 말하기는 정말 모호할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보이차를 말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답글삭제@아선 - 2009/07/28 22:01
답글삭제아선 님의 글을 보면서 보이차의 품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드네요... 남들은 숫자 보이차를 덜먹이면서 막 아는체 할 때 저는 맹송하게 듣고 있었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또 기억에 나는 차가 없습니다. 병인지, 정말 보이차는 이름과 차가 연결이 안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10/03/10 00:35
답글삭제90년 초에 만들어진 홍인철병이라고 판매되고 있는 차의 맛이 판매하는 곳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와 맛으로 정해진 것은 아닐 것으로 봅니다. 현재는 홍색의 글자와 긴압된 상태가 철병이기에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