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3일 금요일

대황인 산차에서 맛 본 강하고 깊은 맛

차(茶, tea)에서 진정한 맛을 본다는 것은 개인적인 맛에 대한 느낌과 기억에서 시작된다. 모든 사람의 식욕이 다르다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모습이 다른 것과 같다.

차를 접하면서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은 사람의 성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래서 보이차를 두고는 절대 미각은 없는 것이다.

어제는 명가원에서 말하는 ‘대황인 산차’라는, 이름보다 더 가치있는 보이차의 깊은 맛을 보았다. 형태로 보아 산차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차 이름과는 상관없이 발효차의 의미를 논할 수 있고, 진년 보이차의 진기를 엿 볼 있었다.

나는 산차와 가루가 섞인 형태의 차인 줄 알고 그 차를 맛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찾아갔다. 가루는 보이지 않았고 산차 형태지만 차의 양을 아주 많이 넣고 우리게 되었다. 진국이라고 할 정도의 깊은 색상을 보여주었다. 탕색과는 달리 차 맛은 걸작이다.

오랜 시간 입안에서 감도는 깊은 맛을 잃지 않으려고 저녁 식사 시간을 늦추기도 하였다. 그날 만큼은 보이차에 숫자 이름 달고 있는 차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차는 000차라고 하는 계급장이 없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런 맛을 보려면 차 값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마셔야 하는데 그냥 대접받기에는 미안할 뿐이다.

흔히 차 맛을 감별한다고 아주 연하게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거리가 먼 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순수한 차 맛을 즐기는 소위 꾼들은 농하면서 오미가 뒤섞힌 듯한 진하고 강한 맛에, 그동안 잠재웠던 미각을 깨울 수 있을 것 같다.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맛으로 승부하는 차, 산차의 강한 맛
    보이차를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차의 맛을 입맛으로 구분한다면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고 본다. 여기서 보수적인 입맛이란 평소에 마셔온 차 맛의 수준을 넘어선 다른 맛은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차에 이름이 있다면 그런 맛을 구분하는 것에 고민하지 않게 한다. 필자가 무이암차를 좋아한다고 대홍포 만을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다. 무이암차 고유의 향과 맛을 즐기기에 이름과는 상관없이 다양한 맛을 느끼고 즐긴다. 기본적으로 무이산의 정암차 품종을 세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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