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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0일 목요일

다미향담(21) 다미향담에서 다루는 글

필자는, 우리나라 차 외국 차를 구분하지 않는다. 흔히 알려진 유명한 사람을 찾아 나서지도 않는다. 이 시대에 차인들의 찻자리에서 음용되는 차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녹차 생산지나 생산자를 몰라서 외국차를 다루는 비중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필자는 한국의 차가 좋다라는 어느 외국인, 내국인 몇몇의 말에 그 전체가 가림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는 차문화의 발상이라는 가식적인 말을 하기 전에 그 세월 속에서 차를 발전시켜 온 거대한 땅덩어리 즉, 중국이라는 큰 나라의 차를 경험하고 400년간 다듬어져 전해오는 일본차 문화를 체험하면서, 외국 차문화의 큰 지형을 기록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영역을 나누어 다투거나, 또는 좋다 나쁘다라는 다양성을 배재한 편파적인 행보는 하지 않고 있다.

 

석우.

2011년 1월 19일 수요일

다미향담(20) 천량차 찻잎으로 만든 복전차

지난해 여름, 부산에서 활동하는 해정 김만수 화백의 개인전을 관람하러 부산 영광갤러리를 방문하였다. 최근 영광갤러리에는 차와 관련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찾아가는 발걸음도 가볍게 느껴졌다.

전시 내용은 평소 일본에 건너간 문화재급 다완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차인들이 소장하면 좋을 내용을 담고 있는 전시로서 만다라와 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전시였다.

전시 작품을 둘러보고 자리에 앉았는데 마주한 팽주 L여사는 복전차라고 하며 차를 내어주었는데, 흑차로서의 맛, 복전으로서의 맛을 생각하며 마신 차의 맛이 어! 맛이 좋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형상으로 볼 때는 매우 거친 차였다.

그래서 팽주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다. 제가 평소에 보아온 복전과는 다른 모양인데 어떤 차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팽주는 오래된 천량차 만드는 모차를 가지고 복전차를 만든 것이라고 하였다. 천량차와 복전차는 제조 과정이 다른데 어떻게 복전의 규범을 갖출 수 있냐는 질문에 찻잎은 비록 다르지만 복전을 만드는 방법(비법)을 그대로 준수하여 만들었는데 이 차가 성공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 한다. 그래서 차를 쪼개어 보면 복전에서만 핀다는 금화가 아주 잘 피어있다.

팽주는 오늘 필자에게 좋은 차는 아니지만 이런 류의 차를 한 번 마셔보라 하며, 남은 차의 반을 어렵게 잘라서 주었다. 이것을 평소 흑차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좀 나누어주고 마셔보는데, 어떻게 이렇게 거친 찻잎으로 만든 것에서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모르지만 흑차의 독특한 맛 하나하나를 즐기는 필자로선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는 차로서 흑차를 이해하는 자료로서 만난 또 하나의 차였다.

차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로서 그렇게 흔쾌히 나누어주는 것이 아무리 미덕이라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때문에 팽주의 마음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오픈하는 때에 오셨으면 더 좋은 차를 드실 수 있을 텐데 하고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당신의 뜻과 그 너른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잘 아는 차, 모두가 귀한 차로 인정받은 차 만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다르게 거친 찻잎이지만 공정이 다르고 보관이 달랐기에 별미로서 마실 수 있는 차,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회에서 기꺼이 팽주가 되어 스스로 준비해온 여러 가지 흑차 맛을 보여주는 L 여사의 마음이 시간이 많이 지난 이 시간까지 기억에 남고, 마침 오늘 그 자리에 있었던 화가에게서 온 신년카드를 받았다.

그 카드는 직접 작가가 육필로 그려 장식한 작품이었다. 문득 그 차가 생각나 조용히 우려 마시며 마음으로 쓰는 글을 하나 남기게 된다.

2011년 1월 9일 일요일

다미향담(19) 자다법(煮茶法)으로 마시는 공첨과 천첨

일주일 전 자운오색에서 끓여서 마셨던 공첨(贡尖) 차를 다시 마시고 싶은 마음에, 박성채 대표가 북경에 공부하러 가서 자리에 없었지만 방문하였다.

그런데 이 날은 공첨이 아니라 생첨을 은탕관에 끓이고 있었다. 흑차를 자다법으로 해서 마시는 차인들은 만나기 쉽지 않다.

첫째 그렇게 마시기 위해서는 좋은 차일 때 몇 번 우려마시고 주전자나 탕관에 넣어 끓여 마시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끓여 마시는 방법을 사용한다.

천첨을 끓이고 있는 탕관을 열어서 보니 몇 번 더 끓여서인지 자글자글 연한 불에 끓고 있는 것이다. 팽주 조 여사님이 표주박으로 덜어서 한 잔 따라주었는데 그 맛이 진정 탕의 맛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탕으로 마시는 차, 아무 것으로 탕을 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우려 마셔도 좋을 만큼의 훌륭한 차를 차 본래의 맛을 찾기 위해서 끓이는 것이다.

연거푸 몇 잔을 마셨다. 천첨을 이렇게 맛있게 마신 [사진, 은 탕관에 천첨을 끓이고 있다]              경험은 없었다. 이 차는 1960년대 차로서 50kg 단위 포장이었다. 1996년 한국 상인이 천량차를 수입하면서 함께 수입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이만큼 좋은 차라는 것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런 차를 전량 매입할 수 있는 안목, 중국에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판매 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사람이 있기에,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인 차 유통 전문가가 나올 것을 기대하게 된다.

흑모차의 등급은 본래는 아첨, 백모첨, 천첨, 공첨, 향첨, 생첨, 곤첨 [芽尖、白毛尖、天尖、贡尖、乡尖、生尖、捆尖] 으로 구분하였으나, 생산되는 향이 너무 희소하여 상품성이 없었다. 때문에 아첨, 백모첨, 천첨을 통틀어 천첨으로 바뀌고, 공첨과 향첨이 공첨으로 바뀌고, 생첨과 곤첨이 생첨으로 바뀌어 생산이 되었다. 그래서 천첨은 1아를 주를 이루고, 공첨은 1아, 1아 1엽이 주를 이루며, 생첨은 그 나머지를 원료로 하여 매우 거친 편이다.

즉, 1아로 만든 여린 찻잎으로 된 것을 우려마시기 보다는 끓여 마시는 것이 훨씬 더 깊은 맛을 음미하여 여러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방법을 박성채 대표가 알려주었다. 그 방법으로 집에서 해보니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금 그 맛을 음미하려고 왔지만 공첨이 아닌 천첨이어서 비교할 맛은 아니지만 그의 비슷한 수준의 차이기에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흑모차에 대해서 박성채 대표는 이야기하기를

"공납되던 청때 천첨과 공첨을 공차로 하였고, 귀족, 부유한 자들이 마셨으며, 생첨은 민간에서 마셨습니다. 본래, 흑차는 변방의 소주민족으로 마셨던 것은 사천에서 나는 흑차류가 대부분이었고, 더 많은 생산량이 필요하여 호남성의 원료를 사용하여 흑차를 생산하였습니다. 원료가 더 어리고 고급으로 생산이 되어 유명해졌습니다.

그후 민국시대가 지나고 중국이 만들어진 후 문혁시기에 봉건사상을 타파한다고 하여, 10여 년간 봉건사상의 잔유물로 생각한 천, 공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므로 호남성을 표현한 약자인 湘을 사용하고 원료의 등급을 표시한 一, 二, 三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 뒤, 문혁이 지난 후 다시 옛 이름인 천첨, 공첨, 생첨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지금의 천첨, 공첨은 어린 차청이 아닌 매우 거친 흑모차로 생산이 되고 있어 과거의 어린 싹으로 생산된 고품질 천첨, 공첨이 생산되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고 하였다.

일본의 나라지역에서 말차를 마시는 차인들이 출입하는 차시(茶匙) 제작자의 집에서 겨울에 마시는 찻자리는 거실 중앙에 숯불을 피우고, 그 위에는 무쇠 솥에 끓인 물로 잎차를 따뜻하게 마시는 경험을 하였다. 전문적인 차생활이 아니라도 차와 관련 있는 일을 하거나 흑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은주전자, 무쇠주전자가 보급되면서 차를 많이 끓여서 마시게 된다. 특히, 오래된 보이차를 자사호에 우려 마신 후 차를 다음날 또는 대나무 채반에 말려서 무쇠, 은주전자에 넣고 끓여서 마시는 한국의 차인들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다미향담(18) 육대차산(六大茶山) 순료의 맛

보이생차 사진 작업을 하면서 2007년부터 6대차산(六大茶山)의 재료를 모아서 제작한 차를 볼 수 있다. 구분해보면 요즘에는 란창강을 사이에 두고 고육대/신육대으로 구분한다.

고육대는 과거로부터 유명한 이무산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신육대는 요즘 많이 뜨고 있는 포랑산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과거 보이차 생산은 거의 대부분이 병배였고, 차의 등급을 지금처럼 세심하게 나누지 않았다.

보이차의 포장지에 육대차산으로 표기된 차는 각 차산의 원료를 병배하여 생산한 병배차로 보면 된다. 그것이 고육대 혹은 신육대의 원료만을 사용하여 병배했다면 어떻게 구분되었는가에 대한 것을 알면된다.

공부차의 자운오색 박성채 대표는 6대 차산의 원료를 병배하여 생산한 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금은, 산채를 많이 따집니다. 그 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이 세심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들면, 이무산의 마흑채, 괄풍채, 정가채 등이고, 포랑산[육대차산의 차를 병배해서 만든 차]                     의 노반장, 신반장 등 이런식으로 다양한 산채(마을) 차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구매할 수 있도록 생산이 다양화 되었다고 보면됩니다".

최근 보이 생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이무산, 포랑산, 남나산, 유락산 등의 순료 차 맛을 몰라서 거짓으로 생산된 순료 보이 생차가 너무 많이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이차의 불신이 이러한 거짓 순료로 인해서 훗날 또 한번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문제로 볼 수 있다.

각 차산별로 구분하여 생산한 순료차는 맛과 향이 구분되므로 많이 마셔보면 그 맛과 향에 대하여 구분이 가능하다. 무조건 이무산의 마흑채, 괄풍채를 찾을 것이 아니라 특정한 지역에서 생산되었다고 하는 정확한 차를 시간을 두고 오랜기간 마셔보면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미감을 지니게 된다.  

처음에는 차의 외형과 맛이 정확하게 구분되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면, 주변에서 잘 아는 상인을 통해서 그러한 차를 구입하여 마셔보면 어떤 한 가지 차에 대해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출 수 있으며, 육대차산을 모아서 만든 차를 미세하게 음미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육대차산의 블랜딩의 경우 사실 일반인들이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복잡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조 방법은 중간단계를 건너 뛴 차꾼들의 유쾌한 시도라 하겠다. 한가지 차도 맛보기 어려운데 그러한 육대 차류들을 블랜딩한다고 해서 일반 차인들이 그 맛을 구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와인에서도 그러한 블랜딩은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이 블랜딩의 역사에 일조하는만큼 차 또한 수많은 시간동안에 연구와 시음이 반복되면서 블랜딩의 탄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1년 1월 6일 목요일

다미향담(17) 소슬다원에서 음미한 차의 멋

2010년 12월 중순, 오랜만에 인사동 본 거리에서 있는 소슬다원(대표 오영순)에 갔다. 이 곳은 노차를 중심으로 보이차를 판매해 왔지만 보이 생차에 대해서도 남다른 안목과 열정으로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차를 주문제작하여 판매하는 곳이다.

마침 문인화 작업을 하시는 화가 L선생이 계셨다. 마시고 있는 차는 진년 보이차였다. 동석하면서 순간 진년 보이차 청차 가운데서도 노차를 즐기는 분께 생차에 대해 이야기한다는게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염치불구하고 소슬에서 정식 수입하는 보이 생차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주인은 올해 만든 이무산 괄풍채 생차 중에서 아직 수입하지는 못했지만 곧 들어온다고 하며 손님들로부터 반응이 좋다고 하는 차를 품평기를 이용하여 우려주었다.

필자는 아직 6대 차산의 고유한 맛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표준이라고 할 차를 알 수는 없다. 다만 표준에 가깝다거나 믿을 만한 곳의 차를 정교하게 기록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알아가는 편이다.

주인은 이 차를 주문하기 위해 본인이 그 험한 산길를 마다않고 현지인들과 10시간 17시간을 다니면서 모차를 선정하여 차를 만들어 온다고 한다. 그렇게 철저한 감리를 통하여 만든 차를 우선 샘플로 가지고 와서 시음하는 것으로 여느 집의 샘플 과는 좀 다른 성격이다.

소슬다원의 주인을 오랜만에 만난는데 차를 내는 도구가 조금 변화된 것 같다. 무쇠 주전자의 사용은 오래되었지만 우려낸 차를 나누는 도구로 수저같이 생긴 것을 사용한다. 두 종류의 햇차를 마셨고, 그 맛은 햇차이기에 숨길 수 없는 맛이 함께 베어나온다. 뜨거운 물을 바로 붓지않고 유리숙우에 한 번 담아서 그 물을 넣고 우린다. 무쇠주전자에서 우러나온 물 맛이 함께 한 맛이라는 생각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은탕관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무쇠탕관을 사용하는 추세다.

차를 마신 전후에 엽저를 보면서 생산지의 특징을 이야기하곤 한다.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있는 곳에서는 생차는 강하거나 독해서 마실 수 없다는 말이 조금씩 설득력을 잃어가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차 마시는 도중에 붉은 색 차잎으로 만든 차(자조, 자아, 자연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해 붉은색의 찻잎으로 만들어 들여온 것은 이 집의 단골들이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필자는 차마고도로 진입하는 6개의 길 가운데 한 길에서 산길로 1시간 정도 들어갔을 때 붉은 색 찻잎이 군데군데 자생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시음해 보고 싶었지만 현재 차는 없는 상태라 하여 동석한 L선생께 한번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렸다.

참고로, 차잎이 자색이 나타나는 것은 화청소함량이 높은 원인으로 자외선이 강할 때 차잎이 스스로 자외선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보호하기위해?) 차잎색이 자색을 띄는 것이다. 화청소花青素(안토시안)또는 화색소(花色素)라고도 하는 색소중의 하나인 수용성 색소로서 산성에서는 적색, 알카리에서는 자색내지 청색 또는 녹색으로 변화하는 불안정한 색소이며,포도당과 Anthocyanidine으로 구성된 색소중에 비교적 좋은 보건기능이 있다. 차연구소의 자견자야품종(紫鹃紫芽品种)은 색소를 근거로 세포질 유전의 특성을 통한 품종개량으로 나오게 된것이다.

2011년 1월 4일 화요일

다미향담(16) 보이차 탐식가들이 찾을 대남인

2010년 12월 중순, 부산 삼인행에 들렀다. 오전에 일찍 서둘러 간 이유는 지난번에 촬영을 위해서 가져간 2001년 생산품인 허사화 보이 생차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허사화를 한 번 더 시음해 보자고 하여 차의 양을 많이 넣어 맛을 보았다. 욕심이 나서가 아니라 시음을 할 때는 강하게 마시는 차꾼의 기질 때문이다.

주인은 이 차를 생차 붐이 불기전인 2001년에 구입한 것이라 차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이 차에 대한 믿음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많은 차들을 시음하면서 필자 나름의 기준이 조금씩 변화하면서도 그 가운데 자리잡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차는 사진 작업 전에 마셔본 경험, 병차로서의 외형적인 느낌, 그 이후의 차에 대한 맛들을 [사진, 보이차 대남인]                                       종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는 사진 작업을 하기를 잘했다는 쪽이다. 주인은 해남차창에서 2001년에 생산한 생차가 있는데 사진자료로 필요하면 한 번 시음해 보자는 제의에 맛을 보게 되었다. 차의 향긋한 향이 깊게 베어 나온다. 감칠 맛과 함께 나오는 생차는 오전이라서 그런지 몸 속을 툭툭치는 것 같다. 주인은 며칠동안 몸살이 많이 났는데 오늘 차들이 자신에게는 강해 보인다며 발효가 잘 된 진년 보이차를 마시자고 하였다.

1969년과 1970년에 생산되었다고 하는 대남인이다. 잘 익은 노차의 깊은 맛이 생차와 비교할 수 없지만 노차만 마실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필자 스스로도 강한 생차의 기운을 마신 후라서 그런지 잘 익은 노차가 몸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차는 세월과 함께 생차의 맛이 깊어진 진년노차(陳年老茶)임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평소 대남인을 그렇게 좋은 노차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조금 강한 차를 마신후 주인이 차를 내는 배려라 생각된다. 강한 생차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다스려 보고자 하는 주인의 마음은 노차와 생차의 드나듬이 원활하기에 손님과 함께 또는 스스로 차를 마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차를 사고파는 곳이지만 오랜 세월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로 차로 행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일 수 있다. 차를 내면서 상대의 몸을 생각하고 낼 수 있다면 대단한 경륜이 아닐까 한다.

2010년 12월 29일 수요일

다미향담(15) 죽로재에서 만난 노반장

부산 중앙동에서 일을 마치고 부산역으로 가기위해 택시를 탔다. 중부경찰서를 지나면서 왼쪽 도로변에 보이는 ‘죽로재보이차’ 간판을 보았다.

혹시 저기가 “보이차의 매혹”을 저술한 신정현 씨가 운영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부산역에 도착한 택시를 되돌려서 그 쪽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어머니로 보이는 분께 “이곳이 보이차의 매혹을 저술한 저자의 집”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당신의 딸인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곧 올 것이라 하시면서 잠시 담소하는 사이에 따님인 신정현 씨가 들어왔다.

서로의 공통점이 있다면, 출판사 이른 아침에서 필자의 “자사호 이야기”와 일주일 차이를 두고 함께 출간하였다는 점에서 책 이름으로 통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서먹한 자리는 아니었음은 차를 주제로 공통적인 연구분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2010년 죽로재에서 생산한 노반장 엽저]          필자는 시간이 없어서 여기를 방문한 과정과 목적 을 이야기하고 보이 생차의 사진 작업을 위해서 필요한 이야기를 먼저 하였다. 흔쾌히 받아주었으며, 차를 대접하겠다며 내는 차는 2010년에 본인이 직접 작업한 노반장이었다. 생차에 있어서 노반장은 인기있는 차이며 차를 논하면서 노반장은 빠질 수 없는 것 같았다.

필자도 자주 마시는 차이면서도 노반장이라고 하면 더욱 비교되는 차 맛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 차는 또 다른 맛이다. 차를 많이 넣지 않았는데도 맛이 상당히 풍부하였다. 참으로 깨끗한 맛이다. 순하면서도 오감을 느낄 수 있는 맛이 풍미를 가졌다. 차의 좋은 맛을 이야기하니 주인은 노반장을 만들면서 3년만에 맛있게 우려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노반장은 다른 차와 달리 1창 2기로 채엽하기 때문에 물 온도를 조금 낮추어(김을 한 번 빼고) 사용하면 차 본연의 맛을 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잘 만든 노반장에 너무 뜨거운 물로 우리면 쓴 맛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몇 차례의 차를 우려내어도 풍부한 맛에서 깔끔함까지 더해지니 차의 오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3년만에 알게 되었다는 주인은 단순한 3년이 아니라 차가 생산되는 시기에 직접 운남을 찾아가서 만들어 오는 그의 또 다른 경험속에서 단순함의 진리를 터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2010년 이무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연하게 마실 것인지, 진하게 만실 것인지를 물었다. 그런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이다. 저는 차꾼입니다. 진하게 한 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세사람이 마시는 량으로 7g을 저울에 달았다.

옹기에 담긴 물을 탕관에 부어 끓이는 방식으로 찻물을 다루는 주인, 필자에겐 차가 인이 박혔을런지는 몰라도 정확하게 시음해 보는 차는 항상 강하게 마시고 싶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은 강하지만 무겁지 않는 맛이 시원한 맛까지 섞여있다.

몇 잔을 마시면서 아름다운 차도구 3권에서 특집<보이생차>에 관한사진원고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2006년에 생산된 이무지역 차를 마시게 되었다.개완에 담기는 차의 외형을 보며 뜨거운 물에 담기는 모습에서 4년의 세월이 보였다. 처음 마시는 차에서 묵은 맛이 시원하게 다가오는 것은 잘 만들어진 차의 공통점 하나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예고없이 방문하여 짧은 시간에 3가지 차를 시음미하고 나왔다.

죽로재는 대부분이 운남 보이 생차를 위주로 판매하는 곳임을 진열된 전시품을 보면서 알 수 있다. 1창 2기로 채엽하여 만든 노반장을 마실 때 김을 한 번 빼고 80도 정도에서 우려내는 맛은 분명 달랐다. 이무차는 근년에 만든 것과 2006년에 생산된 것과의 차이는 세월만큼 발효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발효되지 않는다는 여러 정황들을 발견하면서도 오늘 같이 건강한 맛을 느끼게 되면 또 한번 생차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2010년 12월 28일 화요일

다미향담(14) 보이 생차의 보관에 따른 맛

보이산차
부산의 차인과 상인들이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찻물을 준비하는 것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숯불을 지펴 찻물을 준비한다는 점이다.

이 전통은 경상도 즉 경남지방 경주부터 연원을 따지게 되는데 세인들은 그것이 신라의 전통이라고들 이야기하곤 한다.

부산의 여러 차 전문점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자주 찾아 뵙는 산다원의 김성진 사장은 11월이 되면 가장 먼저 찻물을 숯불로 끓이는 곳이다.

11월 15일 9시30분에 부산 데파트 뒷쪽에 있는 삼다원을 찾았다. 마침 문이 열려있었고 문 앞에는 숯불을 피우기 위해서 준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 서자 김사장은 반갑게 맞아하며 차 [1999년 입고된 차, 2001년대나무 통에 보관된 차]    한잔을 권하셨다.당신 말씀이 “박선생, 이 차가 지난주에 아마 5일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맛에 기운이 있네요”하면서 차를 내어주었다. 그러고는 이 차를 수입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산차로 두어 그대로 놓으면 향이 나르고 맛 또한 옅어질 것 같아 보관하는 과정에 뭔가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는데 산차 형태로 오래 보관하기 위해 대나무 통을 준비하고 약간 누르면서 다져 넣었는데 마치 장기간 보관하면서 차맛을 더욱 깊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10년을 기다려 왔노라고 했다.

이제 그 차 맛을 보기 위해서 가져왔는데 맛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보시라 하면서 10년의 세월을 두고 두 사람이 차를 향해 마주 앉았다.  첫 번째 탕색이 확연히 달랐다. 그냥 생차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으면서도 맛이 부드러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맛이 부드럽다는 것은 사실 좋은 뜻만은 아니다. 그 만큼 개성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 차에서 부드럽다고 하는 것은 그 이전에 대나무에 보관되지 않는 차를 알고 그 맛을 몇 년에 걸쳐 간간히 그 맛을 보았기에 지나온 맛을 경험한 후에 보관 방법이 다른 차 맛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

과연 이런 차의 맛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보관 방법에 있어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무조건 대나무에 보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중국 운남에서 좁은 대나무 통에서 단단하게 밀어넣어 만든 것 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산차 형태로 만든 것을 보관하는 형태이기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도하면서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 차를 대나무 통에 눌러 넣고 한지로 입구를 밀봉한 것에는 자연적인 발효를 어떻게 도운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했고, 보관하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하는 추가적인 궁금증도 유발시켰다. 아마도 습기는 부산지역이기에 한몫 단단히 일조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필자는 김사장에게 이번 아름다운 차도구 3권에 차에 대한 특집으로 보이생차에 대한 기사를 준비중인데 보관중인 생차 가운데 자신있는 차를 한 번 사진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는냐는 제안을 드렸더니 방금 마신 이 차를 자신있게 내고 싶다는 말씀을 주셨다. 

필자는 이날 오후 한중다예연구소 총무인 전미애 선생께 연락을 했다. 개인적으로 만날 일도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 이 차맛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락을 하니까 김나희 선생 댁에 있다고 해서 가능하면 김나희 선생 댁으로 와서 같이 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래서 필자는 그 곳에서 이 차를 조금 전에 마신 순서대로 시음을 하게 되었다. 우선 함께 한 분들의 반응은 보관 방법에 따라서 이렇게 변화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진 생차에 대한 보관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학국에서의 후발효작업이라는 것으로 간략히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발효시킨다는 것에 대해 아주 무지한 상태이다. 그래서 차를 잘 아는 사람들이 보이차 생차를 청병으로 건네받아 통풍이 잘되는 음지에 몇 년을 두고 그 맛의 변화를 두고 보려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차 자체에 대해 스스로 발효시킬 방법, 아니 어떻게 두고 보관을 할까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을 보면 우리 차인들도 연치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본다.

중국에서는 수없이 많은 세월동안 연구되어 왔을 법한 차에 대한 숙성과 발효. 우리는 이제 그것에 눈떠가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여기서 재미있는 생각을 한다. 만약 우리의 녹차도 발효를 시켜 장기보관한다면 과연 어떠할까? 가끔 우연히 만나는 2-30년 된 옛 중국차들이 차통 안에서 정체모를 명차로 둔갑해 있음을 문득 상기하게 한다.

2010년 12월 19일 일요일

다미향담(13) 마실 수 없는 보이차란?

보이차 곰팡이
한국 차 시장은 현재 매우 불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보이차 전문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이차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라고 하면 우문에 현답이라 하겠다.

맛이 강하면, 강한 맛을 내세우고 맛이 순하면 순한 대로 고삽미가 풍부한 보이차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맛이라고 하는 부류는 또 이래저래 치켜세우며 보이차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번성해 나가고 있다.

필자는 여러 보이차를 만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수준별로 차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필자의 직업상 어제도 오늘도 항상 “차꾼”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만남 속에서도 가끔 난처한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마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닌 보이차를 보는 경우라 하겠다. 보이차에 습[濕]을 많이 먹은 차를 보여주면서 차의 표면에 허연(일명, 백상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심하게 끼어있는 차를 마셔도 되는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되면 참으로 단시간에 설명키 어렵다.

[사진, 보이차에 곰팡이가 생기기 전의 상태]         늘 사람들과 대면하게 될 때, 혼자 만나는 것이 아니다. 몸은 홀로 있지만 차에 대하여 공급하는 이, 그것을 받아 판매하는 이들과 서로간의 배려를 염두에 두고 있기에 쉽게 만나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대면에서 이런 차는 마시면 안 된다고 말을 섣불리 뱉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그 차를 공급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차의 노차를 취급하는 사람이 몰라서 이런 차를 판매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평소에 약간의 백상이 낀 것을 먹어왔기 때문에 조금 심한 것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과학적으로 이런 차를 먹으면 인체에 이상이나 부작용이 보고된 일은 없지만 정체가 불분명하면서 식품으로는 변질되는 상황에 이런 차가 맛이 더 좋다는 주관적인 생각만으로 가족과 함께하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현재 국내외 보이차에 대한 기록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그런 차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석우연담에 검색해서 들어오는 키워드 가운데 최근에 자주 보이는 것 중에는 “보이차의 부작용”,“보이차 어디에 좋은가”, “보이차 곰팡이 몸에 좋은가” 등이 있다.

차도 식품이다. 때문에 정갈한 숙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 들 때도 있다. 메주와 같은 숙성과는 다르다. 씻어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씻어 내면 차맛은 없어진다. 차를 마시는 것은 보관과는 다른 일이다. 이제 숙성이라고 하는 숙제를 가져다 준 보이차는 처음부터 다시 보이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을 보이차생활의 시작이다. 때문에 자신이 보관을 잘못한 보이차에 백상을 넘어 심한 곰팡이가 번져 있다면 당연히, 아낌없이 버려야 한다. 오래된 커피원두를 버리듯 때로는 과감하고 건강한 차생활이 뒤탈이 없다.

[사진 설명] 사진에 보이는 차와 같은 것은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차는 보이차 7542로서 정품이었다. 하지만 보관이 잘못되어 일정한 습[습기]이 넘치면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이다. 이런 상황이 진행되면서 곰팡이가 생긴다(절대로 숙성의 단계는 아니다). 보이차의 표면이 건강하지 못한 차를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 부작용은 사람들의 체질에 따라 다양한 경우로 나타나게 된다.

 

2010년 12월 12일 일요일

다미향담(12) 항아리에 보관된 허사화 보이차

12월 4일 금요일 오후 3시경 부산 삼인행을 방문했다. 평소와 달리 차탁 위에는 오룡차로 보이는 크고 작은 포장이 여러개 보였다.

주인은 어제 대만을 다녀왔는데, 불교성지순례로 다녀오면서 차 전문점에서 일행들과 조금씩 나누어 마시기 위해 구입한 차라고 하였다.

그런데, 필자는 삼인행에서 소장품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생차가 없냐고 묻자, 화색이 돌면서 혹시 "중국에서 고차수를 처음으로 발견한 허사화" 라는 분을 아는가 하고 필자에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자료를 뒤적이면서 보여주시는 것이 인터넷 자료다. 인터넷에는 이렇게 나오는데 이 차는 본인이 2001년에 중앙동에서 다른 분과 함께 구입한 것인데 그 때는 20년 뒤에 마실 것이라 생각하고 고향에 잘 보관해 둔 것이라 한다.

주인의 좋은 마음과 함께 이 차를 한 번 마셔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보이차 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보관하는 방법이 주인장의 안목으로 다양한 실험정신에 의한 것이었다. 필자는 그렇게 해오는 것을 늘 오고가며 보아왔다. 더구나 주인은 항아리에 팻말을 명기해 놓아서 그 차를 구입하고 보관된 날자의 기록을 믿을 수 있었다.(사진.허사화 고차수 2001년)

이번에 마시는 고차수는 정확하게 2001년 11월23일에 들어온 것이다. 보관 햇수로 보면 장장 9년이다. 이 차는 그동안 삼천포 지역에 보관되었다가 2년 전에 가게로 가지고 온 것이라 한다. 외형은 기계로 긴압한 것이 아니라 발로 눌러 만들어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차는 부풀어져 있었다.

차 맛은 쓰면서도 단 맛이 도는 것이 고차수라고하는 차들의 공통적인 맛이다. 여지없이 그 맛과 향을 풍겨내고 있지만 차의 엽저를 보면 필자가 이전에 마셔온 고차수로 만든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사화 차를 다양하게 시음해 보지 않았기에 이 차가 생산된 지역의 공통적인 맛과 엽저의 형태를 말 할 수 없다. 허사화의 다른 차를 보관된 지역에 따른 차의 맛을 비교해 보고 한 번더 블로깅을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차를 넣는 양의 차이가 있지만, 차의 풍미는 순하면서도 맑으며, 깔끔한 맛을 지녔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은 허사화의 정보는 보이차업계에서 "숙차의 아버지"하면 추병량선생, "고차수의 아버지"하면 허사화선생을 가르킨다.는 내용이다.

죽천향 박창식 선생의 도움으로 중국측 내용의 자료를 받았다. 이를 다시 번역해보니 그가 발견한 고차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91년 4월과 11월 2차례 차수 진행 종합고찰,운남성 차엽연구소 화학실험 분석 결과: 차수 화학성분과 세포조직 재배형 차수와 상동,단 수관、화주、화분립、차과피등 야생 차수 접근,수령 천년좌우。

1992년 10월11일-14일,“란창 방외 대차수 고찰 논증회. 방외 대차수 야생 대차수적 화과 종자 형태 생정, 우구유 재배차수 아엽지초적 특점시 야생형 과 재배형 지간적 과도형속 고차수가 직접이용

“허사화 선생이 방위 과도형 고차수를 발견하게된 일화는 꽤 유명한데...허사화선생이 사모지구 외무국주관 차엽생산부국장을 지내던 시절 줄곧 바라던 염원이 바로 사모지구에 있는 오래된 고차수를 찾아내는 것으로 역사기록이나 사모차수자원을 살펴보니 사모지역 어디엔가는 반드시 오래된 고차수가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있을때마다 사모 지역 방방곡곡 수많은 차농을 만나가며 고차수의 위치를 찾아 다녔는데 결국 1991년 3월 현지의 어느 차농에게서 邦葳村의 마을 구석에 있는 차밭에 아주 오래된 고차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허사화 선생은 얼른 방위촌을 찾아가 그 나무를 살펴보았더니 생기가 넘치는 것이 주관이 곧고 가지가 무성한 틀림없는 고차수였다고 합니다.”

이런 내력을 가진 허사화 보이차는 대표적인 포장지가 두가지 있는데 삼인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차들이 가장 정확한 차라고 한다, 필자는 사진 작업을 위해서 서울로 가져왔다.

필자가 맛본 것은 7년 동안 볏짚과 함께 항아리에 보관 것이라고 하지만 9년 동안 항아리에 보관된 차의 맛이 기대된다. 보관된 방법과 그에 대한 숙성 단계를 거치면서 1년이라도 제 맛이 나는 중요한 연간 포인트가 있는 법. 때문에 9년된 변화의 맛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지 아니한가!

삼인행은 보이차 뿐 아니라 무이암차를 보관하면서도 나름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또한 차를 보관하는 항아리에는 흑단이나 자단나무에 전각 작가인 석촌의 솜씨로 만든 운치를 볼 수 있다. 보이 생차는 고향에서 오래된 항아리에 다양한 방법을 시험하면서 보관한다.

그에 따라 같은 차라도 맛이 다를 것 같은, 자신만이 가지는 믿음으로 차에 향기가 넘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그동안 무심(無心)하고 우직한 기다림으로 새롭게 탄생될 차들의 향기를 기대하게 한다.

새해에는 그 항아리와 짚 속에서 어떤 맛을 내며 차들이 객(客)들을 맞아 줄지 정말 기다려진다.

2010년 11월 21일 일요일

다미향담(11) 노반장은 새로운 개안의 차

익히 알던 차, 그러나 진실로 새로운 개안의 차

깊어가는 가을 날씨, 다양한 찻자리를 경험하면서 올해 필자가 마신 차 가운데 명차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2-3가지 종류로 축약된다.

5-6년 전에는 보이 생차는 보이차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기였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보이생차를 수집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특히 맹해차창에서 만든 것 또는 대기업에서 기념으로 제작하는 것이 많아 지고 소상인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취급하게 되는 것도 일반인들에게 폭넓은 소비시장을 형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 편으로는 보이차를 많이 취급하는 전문점에서는 홍콩이나 대만에서 가져온 발효를 잘 시킨 차들만 보이차라고 하며 생차를 취급하거나 보이생차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차에 대한 수준이 좀 낮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마찬가지다.

하지만 보이 생차의 보급과 확산은 우리 차문화계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몇 일전 청주에서 5년 전 여명차창에서 만든 노반장을 마시게 되었다.

방문한 곳의 주인은 평소 보이차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평소에는 대만에서 잘 만들어진 오룡차를 마시는 편이다. 즉, 보이생차를 마시는 부류가 아니었기에 노반장을 마시기 위한 예약된 자리는 아니었으며 필자가 원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연한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차의 주인은 대만에서 온 분이다. 처음엔 그 방에 차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보이생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지금 과거 잘 만든 노반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 번 맛을 보여드리겠다고 하면서 차를 내었다.

첫 맛이 쓰고 떫으면서 뒷맛은 단맛으로 나오는 것이 이전에 노반장차라고 경험한 것과는 다른 차였다. 다른 고수차에서도 많이 경험한 쓰고 떫고 단맛이 나는 차와는 수준이 다른 맛이다. 입안에 가득 차는 무게감있는 쓰고 떫은 맛은 이전의 차들이 너무도 약하게 느껴졌다.

노반장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취급하면서 가장 확실한 차라는 노반장을 많이 마셔왔기에 그 차이점은 필자는 느낄 수 있다. 즉 어느 것이 진품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마셔온 것이나 노반장의 정점이라고 하는 차들을 경험하였고, 이게 노반장차구나 했던 과거는 마치 옛날 아이스께끼와 지금의 베스킨라빈스를 비교하는 듯 했다. 강한 쓴맛 이후의 단맛. 아니 단맛이라기 보다는 입안 가득 한꺼번에 밀려 오는 감칠맛의 홍수였다.

필자는 단박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보이 생차의 맛을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는 혹독한 경험이었다. 차의 맛에 있어서 기준을 잡을 수 있는 경험을 가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기존의 경험이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맛에 대한 품평이자 숨길 수 없는 진실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다미향담(10) 천신호(天信號)는 강한 쓴 맛

최근 몇 차례의 찻자리에서 천신호를 마신 경험이 있다. 2009년에 처음 마실 때는 별 맛을 느끼지 못하고 내 취향이 아니다는 생각만 했다.

그동안 천신호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천신호를 소장한 분을 알게 되면서  여러번 마실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차 맛을 잘 몰라서인지 차 맛에 대해서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어떤 때는 스스로 천신호를 마시고 싶다고 하여 그 차를 청해서도 마셨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을 보면 필자에게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신호는 봉산삼걸(鳳山三傑)에 속한 차라고 하지만 봉산지역에서 생산된 차가 모두 좋은 맛을 낸다고 할 수는 없다. 천신호라고 명명하는 차의 맛은 그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차들과 단순 비교하여 가격이 싸다고만 해서 평가 받지 못한 것이라고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천시호의 특징으로 맛이 강하게 쓴맛이 난다는 것도 있겠지만 강한 쓴맛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서 비교할 수 없는 맛이 있을 수 있다. 천신호 가운데도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습을 많이 먹은 것과 습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병차의 외관에서 부분적으로 충시차를 틀어볼 수 있는 정도의 차, 대체적으로 건조한 차로 평가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평가 절하된 차라고 하며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에서의 이야기다. 막연한 기대심리로 접근할 수 있는 차로 보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다미향담(9) 진하게 마신 녹차의 향미

 

차(茶, tea)를 전문적으로 마시는 사람을 속칭 “차꾼”이라고 한다. 꾼이라는 표현은 무리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느 분야나 일에 많은 경험을 가진 이들의 수식어로 따라 붙는 것을 보면 차꾼이라는 표현은 전문가라는 딱딱한 대명사보다는 친근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런 차꾼들이 마시며 평하는 차들은 차 자체를 두고 정석으로 규범에 맞춘 차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마치 오랜 경험을 가진 박물학자가 잘 빠진 백자병을 두고서 밋밋하다 하고 유구한 세월 속에 이지러지거나 또는 완성형이 아닌 기물을 두고 명작이라 품평하듯이 그것은 나의 차생활 속에서 주변인들과 함께 스스로 느끼는 문제이다

무이암차를 아주 좋아하는 차꾼들이 모여서 볼 수 있는 경우를 예를 들자면 암차의 경우 혼자 마실 때나 여럿이 모여 마실 때 아주 농도를 진하게 해서 마시는데, 그 방법이 다호에 차를 무조건 가득 넣어 우려마시기 보다는 건강한 찻잎을 차호에 넣기 전에 차통에서 가루같은 부서진 찻잎을 모아 넣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사진, 다진원 제품의 특세작 녹차]                        그것이 없을 때는 일부러 차를 분질러 꺾어서 다호

안쪽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건강한 찻잎을 넣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차의 가루나 부스러기가 물을 붓게 되면서 위로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다호 가득 차를 넣고 물을 넣어 우려내면 정말 암운의 향기가 입 안에 가득하다. 아주 진한 차 맛을 즐기는 이들이라 이상스럽게도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마시면 차 맛을 느낄 수 없는 농한 차맛 아닌가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지난 9월 중순, 창원 중앙동에 있는 삼소방(대표 이창희)을 예고없이 방문한 적이 있다. 자리에 앉아서 처음 마신 차는 10년 정도 보관된 목책철관음이었다. 차를 마시고 엽저를 보며 지난 세월의 제조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우리는 저녁을 먹게 되었다.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다시 삼소방으로 와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 사장은

“우리나라 녹차인데 햇차는 아니지만 진하게 해서 한 번 마셔볼람니까” 하고 필자에게 물었다.

“이맘때는 잘 만든 묵은 녹차 잘 마시는 것도 복인데 녹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는 백자 다관 뚜껑을 열고나서 친근한 분위기에서 다칙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져 있는 봉지의 입구를 틀어서 툭툭 눈대중으로 털어넣는다. 좀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돼지고기 먹고 녹차 진하게 마시는 것도 괜찮아요” 하며 뜨거운 물을 따른다. 모든게 개량적이지 않지만 오랜 습관으로 차의 양이 많으면 물로 그기에 물의 온도를 차를 따르는 시간을 이것이 종합적으로 팽주의 판단에 의해서 차가 우러나온다.

나는 첫 마디에 “이야! 아주 농하면서 우리의 옛날 녹차 맛이네!” 라고 했다.

우리의 옛날 조선조의 녹차 맛이 어떤 지는 나는 잘 모르지만 내가 말한 옛날 녹차 맛이란 20년전 부산에서는 차(茶, tea)라고 하면 녹차를 말하고 5월이면 당연히 하동 화계차공장을 방문하고 보성 차공장에서 하루 밤을 아이들과 함께 자면서 회원들과 밤새 차마시고 놀면서 마셨던 그 당시의 바로 그 맛이었다.

요즘 같은 과학적인 잣대로 재는 차품평의 맛이 아니라 멍석에서 주름진 손으로 투박하고 거칠게 다루어 나온 녹차. 당시의 향기 짙은 그 맛이다.

우리는 어느 새인가 그런 녹차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아마도 나이가 들었고 또 당시에 처음 접한 우리 차의 흥취를 미각이 붙잡고 놔주질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날 이창희 사장이 낸 차는 거칠게 만든 것으로특세작이라고 붙어 있는 작설차에서 그 예전의 우리 찻자리가 그렇게도 아련하게 생각나는 것이다.

그 때 마셨던 차 한 통을 가져와 집에서 우려마셨다. 요즘 품평이라는 잣대와 표준이라는 형태, 탕색은 규범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20년 전 화계 녹차를 즐긴 사람들의 손 맛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차의 외형이 고르지 않고 유념이 거친 것을 이사장이 몇 번이고 보완해달라고 했지만 주인 할머니는 자신의 방법으로만 만들고 있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도 변하고 차도 많은 변화를 강산 두 번 뒤집어 지면서 또 변하고 변했다. 그러나 차맛은 어릴 적의 입맛이라 당시 처음 입에 접한 감동은 평생가는 법. 할머니의 차맛을 다시금 우연히 느끼고 나서는 “아! 이렇게 차들이 변했구나!”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찻잔에 담긴 옛날 우리식 녹차의 모습과 향을 맡으며 또 나는 그 세월을 거슬러 당시의 백열구 아래 앉아 있음을 발견한다.-

PS: 거칠게 찻잎을 다루면서 만든 차의 주인은 김복순 할머니라고 한다. 하동 녹차를 만들어온 효시와 같은 분의 이름과 같다. 과거 김복순(고인) 할머니가 만든 집에서 차 만드는 일을 했고 여러 집에서 찻일을 도와주다가 독립적으로 차를 만든다고 한다.

다미향담(8) 인연에 의해 만나는 차의 맛

다미향담(茶味香談)에서 다루는 차의 내용은 특정인의 차를 의도적으로 품평하거나 홍보를 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차를 좋아하는 이로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이전처럼 본연의 모습으로 차를 탐방하고 우연히 차를 맞이하면서 느낀 점을 진솔히 올리는 글입니다.

차 또한 와인만큼 넓은 세상입니다. 인연이 닿는만큼 필자도 경험치 못한 차를 찾아다니고자 합니다. 이 공간에서는 중국차 한국차를 가리지 않습니다. 인연에 의해 만나는 차 맛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제현들의 넓은 시각을 믿습니다.

 

다미향담을 시작하면서 http://seoku.com/354

다미향담(1) 진실된 생차 맛을 보다 http://seoku.com/357

 

 

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다미향담(7) 제주도 녹차의 청아하고 깊은 맛

녹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점은 이 차가 가진 향미를 느끼고 즐기는 것에서 감각적으로 또는 관념적으로 차의 맛을 논한다는 것이 위험하고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맛을 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원재료가 그 차의 제조에 잘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만나는 녹차들은 차 맛을 이야기 할 만큼의 좋은 차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차는 한국에서 생산된 녹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필자의 주변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인연이 있는 상인들 대부분은 중국차 중에서도 발효차를 취급하고 차와 관련 있는 승려들도 대부분 발효차를 즐기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 8월 22일 북경에서 심사관이 서울에 와서 중국차 품평시험과 다예사 시험을 감독하는 현장을 [제주다드림 녹차 천애설]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다가 잠시 자리에 앉았을 때 개완에 담아온 차 한잔의 맛이 중국차가 아닌 우리 차의 맛을 보게 되어 순간 놀랬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몇 잔을 더 마시고 안내원에게 가서 차를 더 달라고 했다.

필자의 생각에는 중국 평차원(품평사) 시험장에서 당연히 중국차를 마시게 될 줄 알았는데 차 맛이 좋아서 물어보았더니, 제주 다드림에서 만든 '천애설'로 강지형 선생이 만든 것이며, 오늘 시험을 주관한 오명진 선생이 봄에 구입한 것을 집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했다. 잎의 크기로 보아 세작과 중작 사이의 것이지만, 아마도 중국 차 선생님께 우리나라에도 이만큼 잘 만든 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았다.

뜨거운 물을 바로 부어 마셔도 좋은 향기와 깊은 맛을 내는 이런 차를 마시면 녹차를 맛으로만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녹차는 비타민C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비타민에 대해서는 월간 헬스조선 2010년 1월호 Vitamin Story에서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효능의 차이, 비타민C를 보면, “일반적으로 비타민C는 천연이나 합성이나 동일한 구조식을 가지고 있어 효능에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식이 같다고 효능이 같은 것은 아니다. 합성 비타민C는 비타민C의 핵심물질인 ‘아스코르빈산’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다.

하지만 천연 비타민C는 아스코빈산 외에 단백질과 당류, 미량의 바이오플라보노이드 등이 함께 들어 있다.”고 한다.천연 비타민은 그 자체가 흡수율이 높고, 부작용이 없다고 하지만 천연 소재를 다량 섭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에서 다예 분야를 정립한 동계경 전 절강대 교수는 필자에게 ‘조금 큰 잔으로 매일 5잔 이상은 마셔야 녹차가 가진 유용한 성분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며, 녹차 마시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녹차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C의 효용으로 볼 때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면 녹차에서 새로운 향기와 맛을 즐기고 건강은 덤으로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잘 만든 녹차를 마시면서 우리나라 녹차의 작은 편견 하나를 버리게 되는 날이었다. 요즘도 우리나라 녹차 생산에 농약이야기 하는 사람은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촌넘’이다.

2010년 10월 2일 토요일

다미향담(6) 보이 생차의 ‘클린’한 맛

사람들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어떤 마음으로 마실까?

진년보이차라고 하는 속칭 골동보이차는 몸에 좋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마시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필자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요즘은 그런 차를 접하기는 어렵다. 다만 인연으로 마시는 정도이다.

2010년 5월 4일 중국 절강대학교에서 녹차 품평에 가장 전문가라고 하는 공숙영 교수를 인터뷰했다. 공 교수는 평소에 중국 최고의 명차를 접하는 경우가 많을 터라, 나는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가족과 함께 마시는 차는 주로 무엇인가’ 라는.

이 질문에 그는 답하기를, ‘차의 생산량이 적어서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값이 비싼 차를 나는 좋은 차라고 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어떤 차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그 차의 생산량이 많은 가운데 잘 만들어진 차를 선택한다.

그렇게 구하는 것이 가격 대비 좋은 차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황기고산차와 경산차를 즐겨 마신다’고 하였다. 나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당연히 ‘용정차’라는 이름이 나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용정차는 중국 전체에서 볼 때는 생산량이 적다고 한다. [사진, 보이 생차 경매산 차]                           그래서 다른 차에 비해서 값이 비싼 편이고, 값이 비싸기에 좋은 차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였다.

같은 시점, 중국 차엽연구소에서 평생 육종을 연구하고 이번에 정년 퇴임한 위엔푸리엔 선생을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도 나는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중국 전역에서 육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지도하면서 많은 차를 마셔 보았지만, 역시 용정차가 좋고 그 차를 가장 많이 마신다’고 하였다. 이유는 차의 제조 과정이 ‘청결’하다는 것이다.

즉, 무슨 차가 좋은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각자의 논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필자는 위와 같은 주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차에 대한 공부를 근본적으로 다시 하는 입장이다. 각 분야의 정통한 학자와 차에 관한 대상과 거상들을 만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고 있다. 지난날 그 당시에는 그때의 안목 수준으로 봤기에, 지금 보면 또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부분도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본질을 보는 눈이 깊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새로운 관점이 하나 생겼다. 차의 ‘클린’한 맛, 그것은 녹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마시는 차가 우리 몸에 건강을 가져다 주는가 하는 문제다. 거기에는 무슨 특별한 영양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정화’하고 ‘해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집에서 마셔본 차 가운데 람가헌(대표 이인석)에서 2010년 4월에 주문 생산한 감로보이 경매산 차를 마셔보면서 야생차의 클린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식후 30분 뒤에 또는 1시간 뒤에 치즈나 호두, 잣을 함께 먹기도 하면서 병차의 겉면과 속을 깨어서 마셔본 즉 야생으로 자란 찻잎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차를 마시거나 품평하는 일에 거름망을 사용하지 않기에 작은 찌꺼기가 좀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이 차를 마시면서 입안에 감도는 청정한 회감은 몸을 순환시키면서 좋은 기분이 들게 하였다. 이러한 점은 부분적인 설명으로 말할 수 없지만 보이 생차에서 잘 만들어진 차의 공통점을 보여주었다. 생차로서 오감의 풍부한 맛의 순도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지엽적인 차이일 수 있다. 그래서 차 산지의 중요성이 대두되지만 차를 다루는 결과의 차이점은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차 산지의 표기에서 경매산, 포랑산 등으로 나와 있는 차들은 가능하면 그 차를 취급하는 상인을 신뢰하여 마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있다. 사실은 개인적으로 그러한 찻잎을 분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차 산지에서 만나는 차들이 많지만 차 산지에서 취급하는 것이 모두 진짜라고할 수 는 없는 일이다.

자연이 만들어 준 건강한 찻잎으로 잘 만든 보이 생차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차이는 있겠지만, 농도의 조절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올해 만든 차를 마실 수 있다면 그것은 오래 묵혀 두고 마실 수 있는 차의 기본기를 갖춘 차이다. 스스로 몸을 클린하게 만들고 싶어지는 느낌이 남는.

그 점에서 이번에 시음해 본 감로보이의 경매산 차는 기본기를 충분히 갖춘 차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차로, 시간을 두고 음미하고자 한다.

‘세포 속까지 리셋(Reset)하라!’는 알레한드로의 “클린”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 보이 생차가 시간이 갈수록 좋은 차가 수입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어디까지나 마실 만큼 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나의 차관(茶觀)이다.

2010년 9월 28일 화요일

다미향담(5) 보이차의 정직한 맛

2007년 겨울로 기억된다. 경기도 광덕사에서 경원스님께서 내어 주신 “남인산차”라는 차를 맛보았다.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차였다.

일반적으로 좋은 보이차라고 하면 형태가 병차로 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산차 형태는 한 단계 아래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마신 ‘남인산차’는 그 이후 더 좋은 차라고 스님께서 주신 차보다도 내겐 그때의 산차 맛이 더 좋았다.

나는 모든 차(茶, tea)에서 세세하고도 오밀한 맛을 찾아서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주변 여건으로 볼 때 바르게 만든 차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차의 원본이라고 하는 것의 사진 작업을 하면서 차 사진의 주인들이 알려주는 외형과 맛이 기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차는 보이차에서는 생차의 경우에 한해서다. 진년보이차는 한국에서 인연에 의해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참[사진, 진년보이차 홍인 원통]                       으로 많았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찾는 맛이라는 것도 있다. 그것은 다른 이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차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상인이 가진 입맛도 내가 보기에는 천차만별이다. 그런 상인들의 수준의 낮고 높은 가운데 그들의 고객은 또한 얼마나 다른 입맛을 키우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면 무서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보이차를 취급하는 곳만 경제적으로 성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맛에 대한, 차에 대한 정확한 규범이 없고 차를 잘 만든 것을 취급하는 것보다는 시류에 맞는 잘 팔리는 차를 취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차를 만들어 한국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더 노력하는 것을 간간히 볼 수 있다. 중국도 불경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을 실력으로 이겨나가는 사람만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취급하는 상인들의 상술과 맞닥뜨려 위험한 경쟁이 아닌 실력과 자본의 힘이 균형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지난 추석 연휴로 7일간 한 곳에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주변 지인들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며 나 스스로는 그동안 사진 작업하거나 작업하고 남은 차를 마시면서 차 맛의 주관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근본의 맛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일주일간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매일 새벽4시까지 원고를 쓰면서 의흥홍차, 목책철관음, 대우령과 천량차를 만드는 모차를 복전 방식으로 만든 차, 4가지를 마시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난날 기억에 남는 차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나는 일반적일 때는 차의 맛을 구분해서 마시지는 않는다. 잘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주관적인 판단에 좋은 차는 그 순간의 차 맛을 아주 오래도록 정확하게 그 당시의 맛을 기억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차 맛을 다시금 꺼내어 또 다른 차와 비교하는데 표준 또는 지표로 삼는다.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기에 ‘다미향담’을 연재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다미향담을 열게 된, 그 단초가 된 것은 죽천향 집에서 마신 곡강호차였다. 그래서 내겐 고마운 일이다.

며칠 전에 서울여대 ‘유아다례지도사’ 과정에서 차도구 특강을 하였다. 차도구에 대한 이야기지만 ‘소재는 소박하고 결과에는 격조가 있어야 한다’는 주제였다. 이 말에 수강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물론 그에 맞는 차도구를 보여주었다. 즉, 값만 비싼 것이 아니라 소박한 소재에서 기품이 넘쳐나서 값이 비싸게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물을 보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곡강호의 방위차가 고가의 생차가 아니었기에 그 맛을 기록하며 알리고 싶은 것이었다. 잘 만들고 그래서 값이 엄청 비싼 것은 누구를 위한 차인가 하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2009년 5월 대만 순인다장에서 주인은 국제적으로 고가의 차라고 정평이 나있는 ‘홍인’을 다엽관에 담겨 있는 채로 들고 나와 다호에 가득 넣고 우려 주었다. 첫 맛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주파수가 연결되는 점은 6년전 일광다장에서 그 당시 아주 흔하게 마신 홍인 맛이다. 그 때 일광다장에서는 홍인을 보통으로 마셨고, 손님에게 접대를 해온 차였다. 그 맛과 광덕사의 경원스님이 내는 홍인은 같은 맛이다. 최소한 일광다장의 홍인 맛과 경원스님의 홍인 맛, 태허스님으로부터 마신 홍인, 대구 박창식 선생의 죽천향실 그리고 대만 순인다장에서 마신 홍인 맛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그 맛을 국내의 다른 곳에서는 그 맛을 보지 못한 차였다.

유추해 보면 같은 집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홍인의 맛은 국내 어디에서든 2007년 9월-2010년 9월 사이에는 맛을 보지 못했다. 홍인이라는 차는 마실 기회가 많았다. 왜 맛의 차이가 다른가. 논외의 문제로 둔다. 순인다장에서 마신 그 차의 맛을 지닌 차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가격의 문제이며, 소장 가치의 문제이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내는 것은 ‘다미향담’에서 다룬 곡강호에 대한 문의가 다양하게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말하려고 한 것이 이렇게 흘렀다. 즉, 차 맛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환경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며, 팽주의 습관, 사용하는 물 등등이다. 즉 주인의 정성과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어 나오는 차의 결과물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많이 유행하는 보이생차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저장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을 훨씬 뛰어 넘는 아주 비싼 차가 진품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논리는 인터넷의 활용이 확산되기 이전의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다. 지금은 다음 세대인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이 상황에 맞는 정직한 사람들의 더 큰 활동 영역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그에 대한 상인의 노고에 좋은 결과물은, 훗날 오늘날의 그 훌륭한 차 맛을 간직하고 다담을 나눌 수 있으며, 특별한 가격이 아니었는데도 바른 차를 소장한 사람들이 기쁨을 안고 행복한 차를 마실 수 있다고 본다.

2010년 9월 20일 월요일

다미향담(4) 차와 향연을 감상하는 곳

차는 직접 마시면서 즐기지만 향은 태우면서 즐기는 수준이 다르다고 자위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요즘 더 많은 것 같다. 차를 10년 20년 하다보면 차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 문화수준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따라서 나중에는 그런 멋을 아는 사람만이 어울린다.

그래서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다. 향도 마찬가지다. 누가 어디서 침향이 좋다고... 침향을 피워야 차 하는 사람 같다고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향 자체에 대한 공부를 하고(물론 경제적인 대가를 치룰 각오를 하고) 조금씩 자신의 경제적인 여건에 맞게 하는 된다.

침향이라고 다 침향이 아니라서 하는 말이다. 대만의 차 전문점인 순인다장(舜仁茶莊)에서 우리나라 국보급 청자 향로 재현품을 사용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한국인인 나에게 그 향로의 사용을 보여주는 것은 늘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조잡한 중국 향로를 가지고 골동 운운하며 사용하는 것도 [사진, 향산재에서 사용하는 무쇠 탕관]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향을 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생                                                                   각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부산에 있는 향산재(대표 손희동)에서 차와 향연을 감상하는 시간을 여러 번 가진 적이 있다. 기성세대 보다는 젊은 나이지만 향과 향로에 대한 생각이 올곧다는 것을 만나보면 알 수 있다. 차가 가진 무한한 예술성과 감각은 차를 내는 사람마다 찻자리에서 발현되는 모습에서 자주 보이기도 하고, 또 느낄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대만 오룡차에 대한 역사적 진실에 가까운 차를 맛볼 수 있다. 차의 가치와 향연의 즐거움을 음악의 울림을 이해하는 자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향로는 한국의 역사 중에서도 중요한 기물에 속한다. 향로가 존재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을 생산하는 중요한 지역이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침향은 지역의 해안에서 자주 행하여졌던 지역생산품이었으며 이는 곧 공물과 진상품의 위치까지 오른 귀한 향재이다.

울릉도는 또한 향나무의 생산지로서 조선왕조에서도 영토에서 제외하였다가 다시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편입까지 했던 향과 관련되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한 향은 도심지역에서의 사람들은 별로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지방에서의 향문화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비하여 월등한 감각과 생산을 해 내고 있는 것이다. 침향도 마찬가지의 일이다. 제대로 된 침향 나무 조각 하나만 가지고도 온 동네를 진한 향기로 뒤덮을 수 있음을 아는 이들은 도심에 별로 없다.정제된 향을 가지고 그 향의 진미를 느끼고 그와 함께 차를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선비의 방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화로에 가루 향을 넣어 방안의 기운을 정갈하게 하고 그 후 잡내음이 없어진 가운데 차향을 피워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언제나 이야기 하지만 차문화는 차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와 어울리는 감성들을 꾸준히 찾아 온 조상들과 같이 우리도 차문화를 보다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차문화의 가지를 더욱 넓게 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차를 마시면서도 큰 그늘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겠는가!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다미향담(3) 경곡 대백호(大白豪)의 옹골찬 맛

2008년 봄 부산 대연동에 있는 도림원에서 고수차로 만든 생차를 만났다. 생차로서는 드물게 2kg 짜리다 어떻게 만든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직접 운남 경곡의 고수차에서 찻잎을 채취하여 만든 것으로 이 차를 주문생산해서 수입한다고 한다. 샘플 차를 맛보았다.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생차보다는 맛이 달랐다. 당시의 느낌으로는 강한 맛이 있었지만 오미가 풍부했다.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여 경곡의 고수차로 만든 2kg, 임창지역 차1kg 두 개를 서울로 가지고 왔다. 보기에도 웅장한 2kg의 원형병차의 모습은 테이블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위용을 가졌다.

이 정도의 차편이라면 1년 내내 곁에 두어도 없어지지 않을 듯 하다. 이 병차를 두고 장식을 해 놓아도 될만큼의 크기를 가져 아마도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면 평범한 자리에선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형태의 차를 사진 작업을 마치고 주인의 손에 돌아갔다.

[사진, 경곡 고수차로 만든 2kg 보이생차]

그러고 2010년 5월, 다시 찾아가서 경곡 고수차인 대백호를 마셨다. 중간에도 가끔 그 차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뭔가 새로운 맛을 찾고 싶었다. 꼭 2년 만에 도림원에서 다시 마신 뒤에 새로운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근주 씨는 2kg, 1kg짜리 두 개를 안전한 포장으로 해주며 사진 작업은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방식으로 헤쳐보든가 찢어보든가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해보라고 했다. 참으로 호쾌한 대응이었다.

차를 가지고 와서 5개월 만에 다른 곳에서 가져온 차들과 함께 생차 자료사진 작업을 몇일전에 했다. 경곡의 고수차 2kg 짜리의 엽저를 촬영하기 위한 별도로 여분을 좀 가져온 것을 마시게 되었다. 원하는 엽저를 찾기 위해서 30g 정도의 차를 여러번 우려마시는 과정에서 한국에 온지 2년이란 세월이 흘러 더욱 깊은 맛을 내는 생차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기후에는 발효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차에 따라 보관하는 위치에 따라 이런 정도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차의 보관과 발효에 대한 충분한 자료 검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접하고 경험한 내용으로 한국에서는 발효가 되지 않는 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직은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은 이런 생차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수입되어 보관되어온 기간이 10년 정도 되기 때문에 결과를 유추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그래서 생차를 만들어 온 그 해에 마실 수 없는 차는 아무리 고수차라고 해도 별로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 차를 대백호(大白豪)라 부르게 된 것은 (이 차를 주문생산한 이근주씨의 말에 따르면) 봄에 찻잎이 나올 때 다른 차들보다 백호가 많이 보이고 줄기부터 잎까지 백호를 볼 수 있기에 대백호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수차의 수령은 당시 최소한 800년이상의 나무로 둘레가 성인의 두 팔을 벌린 한아름으로 다 두를 수 없을 만큼의 큰 나무에서 채취한 엽저로 만든 것이라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운남 지역의 차 산지를 다녀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고수차라고 해서 모든 나무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워낙에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300년 정도의 수령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실정에서는 800년 이상이라 하면 대단해 보여 몇 그루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 500년 이상 된 나무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사람의 관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자연 그대로의 차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차가 야생이어야만 좋다고 결론내릴 수 없는 것은 자연 생물의 과학적 검증에 대한 접근시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는 첫 물을 버리고 다음에 우러나오는 맛이 옹골차게 힘이 넘치는 맛이다.

7-8회 우려도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보이생차에서 느낄 수 있는 맛 중에서 서슬퍼런 큰 칼날 끝같은 느낌은 사그러들고 그래도 강한 칼끝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무언가 부드러워진 고수차의 발효기운이 느껴진다. 그냥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힘이 있고 부드러운 세련된 맛이다.

백호라 하면 은침차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흰 빛으로 뒤덮인 입새인데 이것이 그렇게 큰 잎으로 백호를 달고 나와 차편에 소담스레 붙어 있다. 이 차맛이 어떠하냐를 논하기 보다는 그 웅장한 잎새에서 먼저 기운이 솟는다. 우려내고 난 뒤의 엽저들은 그 푸른 빛이 아직 살아 있지만 잎에서 우러난 풍미는 첫 해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차편의 떼어진 자리에 청청한 기운은 아직도 살아있건만 풍미는 훨씬 더 강해지고 날카로운 기운은 수그러졌으니 이제 다음해, 아니 그 다음해가 점점 더 기다려진다. 과연 이 대백호는 어떤 맛으로 변하면서 다음 차인의 입을 기다릴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

2010년 9월 17일 금요일

다미향담(2) 맛으로 승부하는 차

보이차를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차의 맛을 입맛으로 구분한다면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고 본다. 여기서 보수적인 입맛이란 평소에 마셔온 차 맛의 수준을 넘어선 다른 맛은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차에 이름이 있다면 그런 맛을 구분하는 것에 고민하지 않게 한다. 필자가 무이암차를 좋아한다고 대홍포 만을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다. 무이암차 고유의 향과 맛을 즐기기에 이름과는 상관없이 다양한 맛을 느끼고 즐긴다.

기본적으로 무이산의 정암차 품종을 세밀하게 기록하며품종을 익혀왔고, 산세와 풍광을 그리워하며 좋은 맛을 내는 차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을 거라는 머릿속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을 따지지 않고 그때 마다 차 제체를 즐긴다.

보이차도 꼭 정해진 이름이 없다고 해도 차가 좋으면 가치를 인정받고 유통된다. 차 맛을 아는 사람들 끼리 입소문으로 움직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인이나 고객이 공통된 입맛 평균 이상의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다.

개인적인 즐거움일 수 있고 상인은 이 맛을 느끼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그런 차가 얼마전 대만에서 “대황인 산차”라는 명찰을 달고 명가원에 왔다. 처음 차를 마실 때 필자는 명찰을 본 것이 아니라 필자와 차 한잔 하려고 [사진, 진하게 우려내는 차]                            김경우 대표가 작은 통에 차를 좀 담아 온 것이다.

2010년 8월13일 포스팅한 대황인 산차가 그것이다. http://seoku.com/348 지난번 똑딱이 디카로 촬영한 것이 내내 마음이 걸려 몇차례 사진 촬영하려고 시간 약속을 하다가 오늘에야 매칭에 되었다. 다시 촬영을 하자는 핑계로 해산초당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마침 조계사 다도반을 지도하는 안연춘 선생도 동행하였다. 내심 오늘 다시 마시는데 지난번과 같은 맛이 나지 않으면 어떻하지 하는 마음으로 차를 만났지만 역시 같은 수준이다. 이런 차는 차에 이름이 필요없다. 산차형태 보다는 좀더 가루가 많은 것이지만 상품가치로 포장되어 손님앞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맛으로 판단한다. 진년보이차를 오랜기간 많이 마셔본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만큼의 강하고 깊은 맛을 입안에서 확 느낄 수 있다.

바디 감이 강하다는 것과는 좀 다른 맛이다. 그래서 한 번더 사진 찍어보자고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차를 가지고 병차도 아닌 것이 진짜니 가짜니 하는 사람은 촌넘이다.

보이차에서 세세한 맛을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가?